금아13 피천득 | '수필' 전부 느껴보기 22 - "나의 사랑하는 생활" 선생이 '사랑하는 생활'은 '좋아하는 것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꿈꾸는 생활'이라고 하겠다. 스스로를 위안하고 내 가족 그리고 친구 그 넘어 주변의 일상 속에서 만지고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봐서 교감할 수 있는 모든 이들과, 모든 것들과 그리하는 것을 사랑하고, 점잖게 늙고 서영이와의 걸음을 꿈꾸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생활'이라 했고 그것을 사랑한다고 했다. 선생은 그때에 5만 원의 돈이 생겨 몸을 '청량리 위생 병원'에 뉘셨는지... 그래서 사랑은 시작하셨는지... 책상에 가만히 앉아 '수필'을 덮고 팔을 괴고 생각에 잠기자니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여름 지중해 언덕 청포도 밭 사이 비탈길을 팔을 한껏 벌린 채 자전거를 내려 달리는 로망을 꿈꿨던 그때를 그리워한다. 나는 어느 겨울 눈이 흩나린다.. 2023. 8. 3. 피천득 '수필' 전부 느껴보기 21 - "멋" 항아리에 물이 넘치기도 하고 항아리의 물을 퍼 내기도 한다. 전자는 선생의 '멋'일 터이고, 후자는 '멋없는 어떤 것'일 터이다. 여백은 결국 여유이니 결국에는 넘치는 것이고 그것이 '멋'이리라.. 선생은 '이러한 것' 즉 멋스러운 것 때문에 '인생은 살 만한 것'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난 가끔은 '인생을 살아낼 어떠한 것'에 대한 간절함이 생긴다. 이처럼 난 항아리의 물을 몰래 퍼내기도 하니... 난 '멋없는 사람'일 때가 있는 것이다 2023. 7. 30. 피천득 '수필' 전부 느껴보기 20 - "反射的 光榮" '금아 선생과의 대화'라는 주제로 선생의 '수필'을 말미부터 역으로 읽어올리며 내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오늘 이 글을 다시 읽고 보니 왜 내가 이런 주제로 블로그를 쓰게 되었는지 알 듯 도 하다. 그야말로 선생이 정리하신 '반사적 광영'을 누려보려 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 '반사적 광영'에 선생이 얘기하신 내용들은 2023년을 살아가는 내게 있어 생경스럽거나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들 있다. 예를 들어 서영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손'을 잡았을 대사 부인과 악수한 아빠의 손을 잡는다든지, '족보'와 관련된 말씀이라든지 황은이 망극이라든지... 예전에 이 글을 읽을 때는 그냥 지나쳤으나, 오늘 '금아 선생과의 대화'라는 주제로 다시 보면서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시공간이 서로 다르니 그 속의 삶이.. 2023. 7. 22. 피천득 '수필' 전부 느껴보기 19 - "皮哥之辯" "皮哥가 다 있어!" 선생은 이런 소리를 듣는 편이었다면 아마도 나는 하는 편일까 한다. 허나 선생과 나의 시공간의 정규분포 곡선은 중간값을 멀리서 지났기에 그 온도에 차이가 있다. 지금에 나와 그리고 같은 시공간의 내 아이들은 선생님 성씨글 '皮'에 크게 느낌표를 찍지 않는다. 이 글에는 우리가 시공간을 같이 그러나 다르게 나눴음을 다 느끼게 하는 부분에 눈길이 머문다. 다르게 나눴음은 '화신', '신전' 같은 것 이겠고, "아무려나 50년 나와 함께하여, 헐어진 책등같이 된 이름, 금박으로 빛낸 적도 없었다"던 선생의 그즈음 나이에 이른 나로서는 "그런대로 아껴 과희 더럽히지나 않았으면"하는 것은 같이 나누고 싶은 소망이다. 2023. 7. 16. 피천득 '수필' 전부 느껴보기 16 - "낙서(落書)" 나는 어려서 교복일 입을 때 언제나 호크를 단정히 채웠었다. 가급적 깨끗이 입었었다. 늦은 봄 사복을 입을 때는 멋쟁이 친구가 소매를 안감이 보이지 않게 걷어 올린 것을 보고 따라 해 보며 잘 되지 않는 것에 속상해했던 기억도 있다. 커서는 셔츠를 단정히 했고,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도 정장 상의를 잘 벗지 않았다. 언젠가는 "OO님은 넥타이 맨 모습이 멋있어요"라는 말도 들었었다.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때 운동복도 머리도 단정히 하는 편이었다. "저고리 소매가 길어서 좀 거북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또 내 옷을 바라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국 여자들은 여자들끼리만 서로 옷을 바라다보는 모양이었다.... 중략... 다행히 우리나라 여성도 내 옷을 보는 이는 하나도 없다" 어느 .. 2023. 6. 13. 피천득 '수필' 전부 느껴보기 13 - "장난감" 나도 어릴 때 장난감 참 좋아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 중에 몸통이 파란색이었던 비행기 장난감이 있고, 총, 탱크, 배 등 등.. 한 번은 잠수함을 조립해서 집에서 존 떨어진 곳에 지금은 없어진 못(배자못)이 있었는데 그곳에 실로 묶은 뒤에 띄워서 수상/수중 주행도 시켜봤다. 실이 끊어질까 봐 친구 한 명은 저 건너편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었던 기억도 있네(실제 친구가 갔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 사실 나는 프라모델조립을 더 좋아했다. 그 당시 나와 동생은 '만들기'라고 불렀었다. 나중에 크면 아카데미에 취직해야지~ 라는 생각도 잠깐 했었지 아마? 선생의 따님은 아드님은 소원대로 구슬을 보내 드렸는지 궁금하다. 나도 무어라도 갖고 싶을텐데... 내 그날로부터 십 년 전은 아직 멀었다. 2023. 6. 7. 피천득 '수필' 전부 느껴보기 6 - "유순이" 대체로 그런 것 같지만.. 내가 뭔가 글을 끄적거리면 선생의 이 글 "유순이"같다는 느낌이 든다. 선생이 그이 걱정으로 캠퍼스를 나서서 병원에 이르기까지 한 귀절을 읽고 눈을 감아보고 또 한 귀절을 읽고 또 눈을 감고.. 그렇게 몇 번을 읽었었다. 상해사변 즈음(언젠가부터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맞는지 정확하지 않다) 그 한복판을 이리저리 숨으며 뛰어 달려서 기어코 가봐야만 하는 그 안타까움이 내 몸에 흘렀다. 이제 다시 보니 내 글들이 선생의 글을 흉내내고 닮아간 것이 그때부터 인가보다. 오늘 다시 이 글을 읽다 알게되었다. 선생은 이 글에서 그 '간호부'의 이름을 바로 가리킨 적이 없었다. 단지 '춘원의 여주(작품 흙)의 이름을 '유순'이라고 지어드렸다'고만 흘리셨다. 맞을 거라 99%확신을 하지.. 2023. 5. 21. 피천득 '수필' 전부 느껴보기 5 - "구원의 여상" 이 글은 선생의 이 책에 수록된 여러 작품 중 이상하게 약간의 불편한 감상을 갖게 되는 편이다. "지나간 날의 즐거운 회상과 아름다운 미래의 희망이 고이 모인 얼굴" 이라든지 "너무 찬란하거나 너무 선스럽지 않은 것"같이 내가 공감하는 상(象)이 있고, "자기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를 사랑하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와 같이 미련을 둘까 두려운 상(象)이 있고, "한 시간 내내 말 한마디 아니하는 때가 있습니다. 이런 때라도 그는 같이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기쁨을 갖게"하는 내가 되고 싶은 상(象)도 있다. 공감하고 두렵고 원하는 상(象)의 말씀이지만... 그 넘어 이런 모든 것들을 내포하기 위해 또 자신이 그렇다고 '믿으려고 안타깝게 애쓰는 여성'이.. 2023. 5. 21. 피천득 '수필' 전부 느껴보기 4 - "토요일' 예전에 난 토요일보다 금요일 오후가 더 좋았다. 내일은 오전만 학교가면, 회사가면 오후부턴 쉰다는 해방감이 좋았다. 토요일과 일요일의 사용법이 선생과 내가 똑같지 않지만 일요일 오후의 허전함과 다음을 기다리는 설레임은 똑 같다. "달력에 하루 하루 날짜를 지우며 토요일을 기다린다. 내 이미 늙었으나, 아낌없이 현재를 재촉하여 미래를 기다린다" 선생이 기다린 것은 토요일이 아니리라.. 선생이 '장수'에서 노래한 매일 쌓아갈 "생활 역사"가 그 기다림의 설레임이 아니냐고 여쭤보고 싶다. 그때에 선생은 다음 토요일을 기다리고 지금에 나는 다음 금요일을 기다리고 있다. 2023. 5. 19.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