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1 피천득 '수필' 전부 느껴보기 9 - "플루트 플레이어" 선생은 모두가 지휘자나 마스터가 될 수 없음과 무음(無音)의 미덕을 통해 어울림의 조화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말은 '화선지의 여백은 묽게 치어진 난을 위한 공허가 아니라 그 자체로 울림이다(즐겨 쓰지는 않지만 내가 만든 구절이다)'는 말과 맥이 통할 듯하다. 이 말을 위해 선생은 '플루트 플레이어'에서 시작해서 묵묵한 콘트라베이스, 바순, 팀파니의 갑작스러운 두드림으로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에 마지막에 '플루트 플레이어'로 돌아오는 리듬을 태웠다. 선생이 이야기에 동참한 베토벤 심포니 5번 3악장의 구성과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스케르초 - 트리오 - 스케르초 - 코다 글의 구성을 통해 한 번 더 어울림과 조화로움을 '무음'의 연주로 숨겨 두셨나 한다. '조화로움'의 주체는 '보는 이' 일까 '보.. 2023. 5. 23. 이전 1 다음 반응형